책소개
이 책은 김동욱 편, ≪나손본 필사본 고소설 자료 총서≫ 75권(보경문화사, 1994)에 영인된 김동욱 소장의 국문필사본 <토별산슈록>을 원전으로 하였다. 이 작품은 ≪토끼전≫ 이본의 하나로 현대역으로는 처음 출간되는 것이다.
이 책은 <토별산수록> 전체를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장황하게 부연된 몇몇 부분은 구절을 약간 생략하였다.
≪토끼전≫은 <구토지설>이라는 짧은 이야기에 근원을 두고 판소리 혹은 소설로 확장된, 조선 후기 판소리계 소설이면서 우화소설이다.
백제의 원수를 갚기 위해 고구려에 청병을 하러 갔던 김춘추는 보장왕으로부터 마목령과 죽령을 돌려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받게 된다. 이에 김춘추는 신하가 국가의 토지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답하였다가 옥에 갇혀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른다. 이때 선도해라는 고구려의 대신이 김춘추를 찾아와 해준 이야기가 바로 <구토지설>이다.
이 <구토지설>은 석가의 전생 수행담인 인도의 본생설화나 중국의 불전설화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구토지설>은 이들 설화들과 동궤의 것이면서도 많은 차이를 지니고 있는데, 우선 석가모니 본생설화는 현재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 그리고 현재 이야기의 인물과 과거 이야기의 주인공을 연결하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한역 경전 또한 동일한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이러한 종교설화로서의 형식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민간설화화하면서 완전히 탈색되어 과거의 이야기만 남아 있다. 이처럼 종교성이 탈각되고, 토끼와 별주부의 지략 대결이 중심이 된 한국화한 설화로 자리 잡으면서 <구토지설>은 수궁가의 시초를 마련하였던 것이다. 여기에 나이 다툼 설화, 토끼의 위기 극복 설화 등 다양한 설화를 수용하면서 부연, 변용, 창작 과정을 거쳐 ≪수궁가≫ 혹은 ≪토끼전≫이라는 판소리, 소설 작품으로 발전하였다.
200자평
융통성 없는 자라와 꾀 많은 토끼, 충직한 자라와 요설스런 토끼. 시선의 각도에 따라 해석도 가지가지인 토끼전은 삼국시대 이래로 많은 이들에게 재미와 깨달음을 선사해 왔다. 풍자와 더불어 해학이 넘치는 토끼전 중에서도 풍부한 이야기를 자랑하는 새로운 이본 <토별산수록>을 통해 토끼전 혹은 별주부전을 새롭게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지은이
미상
옮긴이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문학박사)하고 현재 경희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판소리 이본전집, 판소리작품 교주서, 판소리 창본집, 판소리문화사전 발간 작업을 공동으로 했고, 단독으로 쓴 책으로는 ≪토끼전 연구≫(2003), ≪수궁가·토끼전의 연변양상 연구≫(2007) 등이 있다.
차례
해설
용왕이 병을 얻다
도사가 토간을 지시하다
별주부가 사신으로 택출되다
별주부가 육지로 나가다
별주부가 호랑이 위기를 극복하다
별주부가 토끼를 유혹하다
별주부가 토끼를 따라 수궁으로 들어가다
토끼가 수궁 위기를 극복하다
토끼가 별주부와 함께 육지로 돌아오다
토끼가 별주부를 희롱하다
남해 관음보살이 별주부에게 신약을 주다
토끼가 그물 위기와 독수리 위기를 벗어나다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고금의 일렀으되 ‘남이 죽는 것이 내 고뿔만 못하다’ 하니 너는 충성하려니와 나는 무슨 일이뇨? 내 일을 생각하면 만경청파에 이내 몸이 네 등에 올라앉아 무사히 돌아오니 일단 정표 바이없이 그저 돌아가는 것이 도리어 섭섭하다. 용왕이 무도하지, 너야 무슨 죄 있느뇨? 우리 둘은 혐의 마세.